- 장르 : 드라마
- 국가 : 한국
- 상영시간 : 103분
- 개봉 : 2018.2.28
- 감독 : 임순례
- 출연 : 김태리(혜원), 류준열(재하), 문소리(혜원 엄마), 진기주(은숙)
음식영화
서울에서 힘들었던 고시 생활과 시험의 낙방으로 지친 혜원은 시골집으로 무작정 내려왔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에게 은숙은 질문세례를 쏟아 냅니다. 남자 친구랑은 헤어졌나, 왜 돌아왔나, 시험은 합격했나, 모든 것이 가슴에 상처가 되는 질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혜원은 배가 고파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자기를 위한 밥상을 차리기 시작합니다. 제철 음식들을 이용한 채식 위주의 상차림은 정갈하고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흘러나옵니다. 친정엄마처럼 따뜻한 밥을 내어주는 영화입니다. 밥을 먹고 난 후에는 창 밖에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게 해 주고 치열하게 살아온 나를 잠시나마 사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줄거리
추운 겨울 무작정 고향집으로 내려온 혜원이는 따뜻한 배춧국 한 사발을 차려 먹으며 마음까지 녹여 버립니다. 날이 추우니 수제비가 먹고 싶어 져 남은 재료를 다 털어 수제비와 배추전까지 만들어 먹습니다. 배가 고파 돌아왔다는 혜원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혜원의 엄마는 혜원이 수능을 본 날 사라졌습니다. 그리고는 보물찾기 하듯 편지를 숨겨 놓았습니다. 편지 안에는 떠날 수밖에 없는 변명을 가득 늘어놓았습니다. 혜원은 그런 엄마가 너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먼저 엄마를 찾지는 않습니다. 아직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엄마의 레시피를 따라 하며 엄마를 이해해보려 노력했습니다. 길고 긴 겨울밤 엄마는 막걸리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엄마를 떠올리며 동네 친구들과 막걸리를 만들어 나누어 마십니다. 시큼하고 쿰쿰한 어른의 맛입니다. 어느덧 봄이 찾아왔습니다. 혜원은 봄나물을 이용해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어 먹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엄마는 생뚱맞게 감자 빵 만드는 법을 편지에 썼습니다. 답장하지 못한 채로 시간은 계속 흘렀습니다. 더운 여름이 되었습니다. 시골에서도 고민거리는 있습니다.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마음의 걱정처럼 다시 자라납니다. 은숙과의 사소한 다툼도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혜원은 엄마의 요리에 담긴 지혜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왕따를 당한 혜원에게 엄마는 속상해하면 그 친구들이 바라는 대로 되는 거라며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위로해 줍니다. 꿋꿋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을 준 것입니다. 자연 속에서 혜원의 머릿속도 점점 정리가 되어 갑니다. 단밤에 단맛을 더해 보관하면 생각날 때마다 꺼내 먹을 수 있습니다. 밤 조림이 맛있다는 건 가을이 깊어 간다는 뜻입니다. 곶감을 주무르다 보면 겨울쯤 진짜 부드러운 곶감이 되어 정말 맛있는 곶감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럼 깊은 겨울이 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제야 수수께끼 같던 엄마의 편지들이 어렴풋이 이해가 됩니다. 그날 밤 혜원은 엄마에게 답장을 썼습니다. 그리곤 처음 온 그날처럼 추운 겨울 혜원은 다시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어느새 봄이 되었고 혜원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시간 또 다른 누군가가 혜원의 집에 도착한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가 됩니다.
힐링 영화
저는 어린 시절 정서적인 밥을 먹고 자라지 못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저와 남동생을 두고 밤늦게까지 일을 하셨습니다. 학교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었고 집은 언제나 어둡고 차가웠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친구가 초대를 해서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친구의 엄마가 반겨 주셨습니다. 친구 엄마는 딸이 친구까지 데리고 와 조금 귀찮으셨겠지만 맛있는 볶음밥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그런 엄마가 너무 부러웠습니다. 따뜻한 온기의 밥을 먹던 그 친구가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행복한 기억이 많지 않습니다. 그때부터일지는 모르겠지만 내 아이에게는 차가운 집이 아닌 따뜻한 집에서 정서적인 밥을 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그 바람대로 저는 전업주부의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식구들을 살뜰히 챙겨서 단단한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아주 가끔 스스로 전업주부인 삶을 얕보고 하찮게 여기며 후회도 하지만 '리틀 포레스트'는 그런 저를 다독여주고 감싸 안아 주었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과 주부로 살아가는 삶의 모습에 리틀 포레스트는 따뜻한 밥을 지어주고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습니다. 씨앗에 물을 주는 과정을 잘 견디면 싹이 트고 꽃이 펴서 열매가 맺히는 결실을 얻게 해 준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지쳐있는 일상에 힐링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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