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우연과 상상'은 베를린 영화제의 심사위원 대상인 '은곰상'을 받았습니다. 낭뜨 3 대륙 영화제 총수 작품상을 수상하며 '드라이브 마이 카' 이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문학 전공자답게 언어의 힘을 집요하게 탐구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언어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봉준호'감독님 역시 일본 최고의 감독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우연과 상상'은 3편의 단편 영화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우연한 만남을 통해 엉뚱한 상상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신선한 구조로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제1화 마법 : 말의 파괴력
'메이코'와 '츠구미'는 절친한 친구사이입니다. 하지만 둘은 깊은 연인사이의 스킨십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택시 안에서 보수적인 '츠구미'가 처음 만난 남자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습니다. 츠구미는 처음 만난 남자와는 마음이 잘 맞아도 섹스는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카'라는 남자는 처음 만나도 섹스할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카'라는 남자는 헤어진 전 여자 친구를 잊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카'라는 사람은 메이코의 전 남자 친구였던 것입니다. '츠구미'가 택시에서 내리자 '메이코는 택시를 급히 돌려 카즈아키의 사무실로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카즈아키와 메이코는 다시 재회합니다. 그리고 상상합니다. 메이코가 츠구미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했다면 세 사람의 관계는 모두 무너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 사람의 관계는 계속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말의 파괴력을 보여주었던 에피소드 였습니다.
제2화 문은 열어둔채로 :말과 글의 파괴력
취업준비 중이었던 '사사키'는 교수 '세가와'가 취업자에 대한 특례를 인정해 주지 않아서 유급생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가와'를 원망했습니다. 자신의 불륜 파트너였던 '나오'에게 '세가와'교수의 명성을 흠집 낼 수 있도록 유혹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나오는 '세가와'의 연구실에서 그의 소설을 낭독했습니다. 낭독 중에 노골적인 표현이 나오자 '나오'는 '세가와'교수의 연구실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세가와'는 다른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문은 열어둔 채로 낭독하라고 했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나오'는 녹음파일로 녹음을 했습니다. 교수는 나오의 낭독이 마음에 들었다고 이야기하며 메일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나오'는 '세가와'에게 보낼 메일을 '사가와'라는 관리자에게 보내는 실수를 했습니다. 결국 한 글자 때문에 '나오'는 이혼을 당했고 '세가와'교수는 교수직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언어는 미래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었습니다. 언어란 것은 우리가 존재하는 세계 속에서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끌어내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언어가 인간의 행동을 조작하는 것을 그려냄으로 언어의 힘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제3화 다시 한번 :희망
20년 만에 동창회를 참석하기 위하여 고향을 찾아온 나츠코의 이야기입니다 우연히 나츠코는 기차역 앞에서 '아야'를 마주칩니다. 둘은 서로를 동창생으로 알아봤습니다. '아야'는 자신의 집으로 '나츠코'를 초대했습니다. 집에서 지금까지 못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 중 나츠코는 자신이 찾던 사람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야 역시 다른 동창과 나츠코를 착각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둘은 나츠코의 옛 여인, 아야의 친구라고 상상하면서 역할극을 진행했습니다. 상대방에 전달해준 단순한 정보로 상상하며 진행합니다. 언어를 따라 하다 보니 그 사람의 정체성을 변화 키고 우리 내면 속의 무의식까지 변화시켰습니다. 인간의 입으로 뱉는 언어로 우리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연극을 통해 좌절했던 과거를 잊고 희망을 얻게 되었습니다.
신선한 영화, 담백한 영화
먼저 류스케 감독은 흔들리는 줌인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줌인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불안함과 갈등을 표현했습니다. 제1화 마법에서는 메이코의 얼굴을 줌 인하였고 제2화 문은 열어둔채로에서 나오의 컴퓨터 모니터를 불안하게 줌인했습니다. 류스케의 영화 중에서 가장 독특한 촬영 법이었습니다. 이러한 줌인은 인물의 불안함을 강조하면서 관객들에게는 복선을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촬영 방법에 대하여 호불호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연과 상상'은 꾸밈이 없는 담백한 영화입니다. 영화 제목에 키워드를 그대로 노출하며 관객들에게 미리 분위기를 알려주었습니다. 결말을 짓지 않고 관객이 개입해서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러한 감독의 의도는 상상력을 통해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아직 '드라이브 마이카'를 관람하지 못했지만 류스케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에 믿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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